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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빈, “마초매력 보단 보호본능...진짜 연애 고단수?

-드라마 촬영하다 온 것치고 에너지가 넘친다. <천사의 유혹>(SBS)의 안재성은 복수를 위해 전신 성형까지 감행한 만만찮은 인물인데?

사실은 좀 힘들다. 캐릭터에 빠져드는 스타일이라,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걸프렌즈>는 즐겁고 행복했는데.(웃음) 영화 인터뷰할 때 잠깐 밝아져도 촬영장에 가면 다시 안재성이 돼야 한다. 버겁지.

-진호의 기억을 되살려보자. 크랭크 인 직전에 캐스팅됐다고?

2~3주 전? <찬란한 유산>(SBS) 세트장에서 시나리오 읽다 혼자 낄낄댔다. 위트가 있더라. 진호한테 무슨 매력이 있기에 세 여자가 이렇게 좋아할까, 그걸 중점적으로 고민해 봤다. 말이 안 되는 캐릭터잖아. 모두한테 친절하면서 한 여자만 좋아한다는 게 우유부단해 보이고.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나도 그렇거든?(웃음) 이 친구는 마초적인 매력보다 여자애들이 감싸주고 싶고, 보면서 ‘쟤는 내가 화내도 다 받아줄 것 같다’고 생각하겠구나.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한편으로, 꽤나 걸출한 인물이다. 잔정 많고 몸도 좋고 오토바이도 곧잘 타는.

그렇지. 내가 참 본의 아니게 있는 매력 없는 매력 다 뽑아내면서 산다.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근데 나한테 “인기 많으시잖아요”라고 하면, 그런 건 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되게 편안한(목소리 꺾임)…. 봐봐, 진짜 편하지 않나?(일동 폭소) 껄끄러운 걸 싫어해서, 편하게 대하는 스타일이거든.

-좋아하는 사람한테?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오히려 말을 잘 못한다. 보통 그렇지 않나? 친한 여동생들은 나를 되게 훈훈한 오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그냥 편하게 다가가니까. 근데 생각해 보면 그런 게 진짜 고단수인 거잖아.

-지금 자기 얘기하는 거 맞나?(웃음)

하하. 캐릭터 얘기다. 진호가 나랑 되게 비슷하다. 내 업그레이드 버전이지. 진호가 ‘차퍼’라고, 이~렇게 큰 오토바이를 타거든? 나도 대형 바이크를 탄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진호가 키스를 잘한다는 거?(일동 폭소) 뭐, 사실 그것도 비슷하다.(웃음)

-실제로도 재주가 많더라. 드라마에서 노래도 부르고.

원래 내가 재즈를 좋아한다. 버라이어티 방송보다 작품 안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피아노를 쳐준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씨는 같이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친해졌다. 조지 마이클의 ‘Roxanne’를 부르고 싶은데 연주해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보라 씨가 편곡해 줘서 내 버전으로 부르게 됐지.

-평소에도 노래하는 걸 즐기나?

가요는 잘 안 부르고, 마이클 부블레나 토니 베넷 같은 남자 재즈 보컬들 거. 들으면 약간 느끼할 수도 있지만(웃음) 그래도 되게 스위트한 노래들 있잖아.

-드라마에서 정말 많은 걸 하던데?

승마는 사극하면서 배웠다. 지금도 틈만 나면 하러 간다. 수영도 하고, 클레이 사격이랑 검도도 하고, 드럼 치고, 요리도 하고. 아, 중국어도 했구나. 영화에서 오토바이까지 타잖아. 이제 할 게 없다. 다 보여줬다.(웃음) 운동은 원래 좋아해서 산에 자주 가고 자전거도 많이 탄다. 주로 그런 식으로 몸을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드라마 속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걸프렌즈> 현장은 반대였지?

촬영장에서는 영화 콘셉트에 맞게 행동하자는 주의거든. 진호처럼 사는 동안은 유쾌하게 촬영했다. 지금 드라마는 감정 기복이 심해 연기하는 맛은 있는데 사람이 침체된다. 나는 분위기도, 사람도 많이 타는 편이라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걸프렌즈>는 (강)혜정 씨랑도 잘 맞았고.

-아름다운 여배우들한테 둘러싸여서.

행복한 비명을 질렀지.(웃음) 근데 좋지만은 않더라. 세 여배우를 다 챙겨줘야 하니까. 나는 상대 배우를 다 챙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약간 강박관념 비슷한 거랄까.

-혹시 누나가 있나?

형밖에 없다.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옛날부터 했다. 중학교 때 어머니한테 낳아달라고 했다가 한소리 들었다.(웃음) 그래서 여동생이 있으면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작품하면서는 상대 배우가 편해야 연기도 자연스레 나오니까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돕는 거다. 근데 세 분이나 돼서 이쪽을 챙기면 그쪽도 봐야 하고 저쪽도 봐야 하고. 어휴~. 이제 군인 영화만 하려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HBO, 2001) 같은 거.(일동 폭소)

-남중, 남고 출신?

덕분에 남자친구가 많았다. 여자‘친구’들이 생긴 건 <주몽>(MBC, 2006~2007) 때부터다. 중성적인 역할을 맡아 오히려 여배우와 친해지는 법을 터득했다. 아무런 사심 없이 다가가는 것. 처음에는 ‘얘는 뭔가’ 하던 친구들도 편해 하더라. 그렇게 한혜진 씨랑 친해져서 지금까지 동생처럼 챙겨주고 있다. 상대 여배우에 대한 배려 같은 걸 조금 알게 된 거지. 작품할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니까 아마 2~3년 뒤에는 달인이 돼 있지 않을까? 와하하.

-어떤 여배우라도 편하게 해주는? 연기하기 좋겠다.

그럼. 나한테도 힘이 된다. 사실 남자 배우도 친한 분이 많은데, 여배우만 부각되더라.(웃음)

-개봉할 <걸프렌즈>와 <비상> <결혼식 후에>까지 하면, 드라마 세 편에 영화 세 편. 참으로 빡빡한 해였다.

나도 이렇게 달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걸프렌즈> 개봉만 하고 나면 조금 쉬려고. 이제 밑천 채우러 가야지.

-어떻게?

정서를 채우는 거지 뭐. 그냥 편안한 일상에서 느끼는 부분들, 영감. 지금은 채운 걸 뽑아 쓰는 느낌이다. 기억을 저장했다가 하나씩 구현하고 있는 듯한. 새로운 기억을 새겨야지. 혼자 여행 갈 거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걸프렌즈> 하기 전에도 그리스랑 터키를 보름 동안 다녀왔다.

-어디가 좋던가?

그리스 산토리니랑 미코노스 섬. 근데 혼자 가는 건 좀…. 그보다 더한 악몽이 없다. 나이트메어다. 밤에 혼자 바다 보고 있으면 미친다. 너~무 좋아서 미치는 거지. 이걸 내가 왜 혼자서 보고 있나. 그러면서 진짜 친한 친구나, 애인 있으면 애인이랑 가는 게 좋다. 아마 친구랑도 가면 이럴걸? “왜 내가 여길 너하고 있어야 돼?”(일동 폭소) 그래도 혼자보단 낫다. 나는 진짜 말하고 싶어서 죽겠더라. 너무 말을 못해 입에서 단내가 다 났다니까.(웃음)

-<걸프렌즈>까지 출연작 세 편의 개봉이 1주일 간격으로 이어진다. <천사의 유혹>은 22일 종방이라고.

요새는 1주일 풀로 드라마를 촬영한다. 하루 정도 쉬면 이렇게 인터뷰하고. 도망가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일이 없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러고 보면 진호는 실제 성격처럼 장난기를 발휘한 유일한 캐릭터다.

그래서 <걸프렌즈>는 나한테 고마운 작품이다. 강석범 감독님, 김준영 촬영감독님이랑 그림을 만드는 재미도 있었고. 진호가 깡패한테 맞고 나서 애처롭게 빈다거나, 여자친구의 패션쇼 직전에 내가 그 친구의 치마를 덮어썼다가 놀라는 장면은 직접 제안한 거다. 치마에서 나왔는데 눈을 이렇게 동그랗게 뜨고.(웃음)

-그런 성적인 요소를 코믹하게 푼 장면이 많더라.

박장대소하는 분들은 분명 차 앞좌석의 불편함과 어색함을 경험해 본 걸걸? 송이(강혜정)가 진호를 묶어놓고 벌이는 코스튬 패션쇼는 남자들의 판타지를 채우기 위한 장면인 듯하다. 스튜어디스랑 사귀어보고 싶다든지 하는 희망사항(?)을 위트 있게 보여준 거지.

-민망한 순간은 없던가?

전혀. 그냥 즐겼다. 나는 우리 영화가 에로인 줄 알았다니까? 감독님도 여자 좋아하고. 촬영감독님은 에로틱의 진수거든. 하도 카메라로 훑으셔서 촬영 전에 립밤도 꼭 챙겨 발랐다.(웃음) 연애해본 사람이면 공감 가는 순간이 많을 거다.

-섹시한 진(한채영), 어린 보라(허이재), 털털한 송이(강혜정). 세 여자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다.

실제라면 송이를 택할 거 같다. 편하고, 얘기도 통하고, 내숭 떠는 것도 없고, 솔직하고. 그런 면들이 오래 볼 친구 같은 애인이 되기에 좋잖아. 지금 만나는 친구가 그런 성격이다.

-<천사의 유혹>에서 복수의 대상인 전처 주아란(이소연)은 어떤가?

다시 사랑하기에 너무 끝까지 갔지, 주아란은. 나는 뭔가 여지가 남아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사실 그게 인간다움이잖아. 진호도 어떻게 보면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어 세 여자한테 모질게 대하지 못한 거고. 드라마 속 캐릭터도 그러면 좋은데, 지금은 워낙 핏대 세우고들 있는 상황이라. 그래도 드라마 하면서 뭔가 쫄깃한 느낌은 있다. 나는 연기할 때 경추 부분에서 올라오는 찌릿찌릿한 감각을 느끼는데, 대사 자체에 굉장히 힘이 들어가니까.

-차기작은 아직?

내년에는 여유롭게 작품을 보려고. 올해의 다작은 나에 대한 검증 과정이었다. 많은 감독님들이 내 가능성을 봐주셨으면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단계이기도 했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다 해보면서 맞는 코드를 찾는 거지. 근데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 맞는 부분은 뭘까.

-하고 싶은 분야는 없나?

성격파 연기. <프라이멀 피어>(1996)의 에드워드 노튼이나 <가위손>(1990), <초콜렛>(2000)의 조니 뎁 같은 역할도 괜찮고. 좀 묘한,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배수빈, 하면 뭐가 떠올랐으면 좋겠나?

쟨 뭐지? 이 역할을 얘한테 맡기면 뭐가 나올까? 궁금증을 자극하지만 믿음은 가는 배우. 뭘 맡겨도 좋을 만한. 그걸 위해 도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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